저는 처음부터 코이카 봉사단을 지원할 때부터, 생각한 바가 있었습니다. 그게 뭐냐하면 어떠한 일이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발생할 지 알 수 없고, 봉사활동 또한 나의 기대와는 완전히 어긋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사람들과는 반드시 친해지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예전에 일본에 혼자 여행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3박4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이었는데요.
그때까지 저는 여행을 별로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해외 여행에 대한 로망이 생기더군요. 혼자 비행기 표를 끊고 호텔도 예약하고 여기저기 낯선 나라의 낯선 장소를 마음껏 돌아다니고 싶다. 라는 것이었죠. 일본 도쿄, 오다이바, 시부야, 아키하바라 등등을 정신없이 돌아다녔지만, 느껴지는 것은 진한 고독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다음 번 해외여행을 할 때는 관광지를 둘러보기 보다는 해외 친구를 만들어야겠다라고 결심했고, 실제로 그 후 베트남의 빈 시티에 방문해서는 꽤 많은 친구들을 만들었습니다.
2020년 2월에 크리스티나를 처음 만났습니다. 만난 계기는 간단했습니다. 방에서 뒹굴뒹굴 하면서 담배나 피우며 때아닌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을 때, 인스타그램을 검색해봤습니다. 같은 동네에 카페가 보이더군요. 이름하여 코피쿨로(KOPI KULO)였습니다. 귀여운 알바생의 사진이 보여서, '한 번 커피마시러 놀러가도 돼요?' 라고 문자 메시지를 날렸더니 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아무생각없이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찾아갔습니다.
KOPI KULO 에 찾아갔더니, 크리스티나가 열심히 커피를 만들고 있었어요. 그래서 커피를 주문하면서'연락하고 왔는데, 혹시 당신이 크리스티나 맞아요? 나 한국인이에요. ㅋㅋ' 라고 하니 깜짝놀라더군요. 세련된 커피 숍이었습니다. 보통 인도네시아의 동네 커피숍은 개방되어있고 지저분하고 담배재가 날리며 왁자지껄 시끄럽고 거지들이 수시로 동냥하러 왔다갔다 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KOPI KULO는 깨끗한 환경이었고 냉방도 좋았습니다.
만나서 긴 예기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저의 인도네시아 어가 아직은 유창한 수준이 못되기 때문이었지요. 그래도 크리스티나는 제가 하는 말들을 대부분 알아들었습니다. 같이 아침에 커피숍에서 태국드라마(뜻모를)를 보기도하고 친구들이랑 영화도 봤지요. 그리고 또 크리스티나는 제가 KOPI KULO 에 갈 때마다 수시로 직접만든 커피를 무료로 선물해주었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늘 밝은 웃음을 잃지 않고 저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던 크리스티나가 지금도 기억이 많이 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저의 인간관계 맺기 방식은 대게가 이렇게 즉흥적인 면이 많았습니다. 세탁소에 옷을 맡기다가 고양이 관련 문의를 하면서 친해지고, 빵사다가 친해지고, 오토바이 택시 운전수랑 친구하고, 밤에 도심지를 헤메다가 경비요원이랑 친해져서 술먹으러 가고, 모든 만남이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제 마음에 있는 벽을 무너뜨리려 노력을 많이 했지요.
뭐든지 되는 것이 없고 점점 사람들과 멀어지는 것 같은 불안감을 느낄 당시에, 충동적으로 연락을 하고 만나본 크리스티나... 그녀가 제가 인도네시아에서 사귄 마지막 친구가 되었습니다. 2020년 2월에 그녀를 만났는데,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점점 확산되어서 3월 말경에 저는 급히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귀국 전날에 커피소녀 크리스티나는 저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진한 커피 2잔을 포장해주었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판다 인형을 선물해주었지요.
인도네시아를 떠나는 날, 아침에 크리스티나가 준 커피 두 잔을 연달아 마시면서, 제가 1년 넘게 살았던 폰티아낙의 풍경을 바라보았습니다. 많은 생각이 스쳐가며 눈물이 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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